저는 군대에서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실수를 저질러 맞아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의 수치심은 평생 남아요. 심지어 며칠전 꿈에서도 나왔으니까요. 그런데 잘못한게 없는데 강제로 성추행을 당한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상상이 안됩니다. 오늘 알아볼 고 이예람 중사는 부당한 일을 당하고도 평생 눈치보며 살다 자살을 선택했습니다. 극단적 선택을 하기까지 수도 없이 생각을 고쳐보고 스스로를 다독였을 고 이예람 중사의 안타까운 상황을 살펴볼게요.

<이예람 중사의 빈소 - 출처 : YTN>
이예람 중사는 항상 성실했고 모범적인 부사관이였습니다. 그를 가까이서 대했던 예비역(전역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이예람 중사를 칭찬했으니까요.

<고 이예람 중사의 생전 모습>
그러던 2021년 3월 2일 이예람 중사는 회식자리를 가게됩니다. "근무시간 바꿔서라도 꼭 참석하라"는 선임의 명령을 무시할 수 없었어요. 그렇게 회식이 끝나고 부대로 복귀할 때 성추행이 발생하고 맙니다.

<고 이예람 중사 성추행 당시 모습을 재연 - 출처 : PD수첩>
장중사가 이예람 중사의 엉덩이를 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예람 중사의 가슴까지 거침없이 만지더니 이예람 입술에 강제로 장중사의 혀를 넣었습니다. 부대로 가는 내내 장중사의 성추행은 계속됐습니다.
이예람 중사는 참다못해 "장중사님 내일 얼굴 봐야되지 않습니까?"라는 말까지 건넸지만 장중사의 성추행은 그후로 20분간 집요하게 이어졌습니다. 끔찍했던 성추행은 부대에 도착해서야 멈출 수 있었고 이예람 중사는 황급히 차에서 내렸습니다.

이후, 장중사는 이예람 중사에게 미안하다는 말은 커녕 다짜고짜 "신고하면 죽여버리겠다"며 윽박질러요. 하지만 이예람 중사는 장중사가 자신의 엉덩이, 가슴을 만지고 혀를 자신의 입에 넣으려 했던 것에 대해 신고하게 됩니다.
여기서 신고가 잘 접수돼서 장중사가 처벌을 받고 이예람 중사에게 적절한 조치가 있었다면 정말 좋았을텐데, 이예람 중사를 둘러싼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먼저 노 상사라는 사람이 이예람의 피해사실을 보고받지만 상부에 전달을 못하고 쭈뼜거려요. 당시 코로나19위반을 저지르면서까지 회식을 강요한 사람이 바로 자신이였으니까요. 이예람 중사는 밍기적대는 노 상사를 뒤로하고 더 윗급인 노 준위에게 찾아가 얘길하지만 반응이 썩 좋지 않았습니다. 노 준위는 오히려 이예람에게 협박을 합니다.
"너도 다칠 수 있어. 신고하지마."
노준위는 가슴, 엉덩이 부위를 만진 장중사에게 뭐라하지 않고 이예람 중사에게 다칠 수 있다며 위협을 가하기만 해요. 이에 장중사의 아버지까지 가세해 신고하지 말라며 이예람 중사에게 압박을 가합니다. 이예람 중사는 꿋꿋하게 신고를 하게되지만, 이후 공군의 늑장처리로 2주간 장중사에게 정신적 피해를 받게됩니다.

<장 중사로 추정되는 사진 - 출처 : 보배드림 "성추행범 공군 중사 신상공개">
"니(이예람 중사)가 날(장중사) 엿먹일 수 있을거 같아? 난 아버지 사업이나 물려받아야겠다."
엉덩이, 가슴만지면서 혀를 들이댄 장중사는 이예람 중사가 들으라는 듯 아버지 사업에 대해 떠들어대요. 이예람 중사는 당시 장중사를 계속 대면하는 것도 힘들었겠지만 추호의 반성 없이 아버지 사업 타령하는 장중사를 보며 허탈한 마음도 지우기 힘들었을 겁니다.
엎친데 덥친 격으로, 군사경찰의 사건조사가 가관이였어요. 가해자(장중사)에 대한 수사가 사건 접수를 받은지 2주가 지나서야 이뤄지고 최소한의 수색(증거수집) 절차 마저 제대로 이뤄진게 없었습니다. 오히려 이예람 중사에게 "무고(허위로 신고)"한게 아니냐며 심문을 했습니다. 이러니 장중사가 아버지 사업 타령하며 이예람 중사를 조롱했던 게 아닐까요?

<출처 : 돈키호텔 - 티스토리>
장 중사가 사라졌고 이예람 중사의 요청대로 새로운 곳으로 발령받았습니다. 이예람 중사는 남자친구에게 "자신은 이 시련을 잘 극복할 수 있다.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이며 새로운 곳에서의 기대가 컸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곳(15특수임무비행단)의 간부들(부사관, 사관)은 그녀에게 싸늘했습니다. 이미 그녀에 대한 험담이 퍼져갔고 그곳의 한 간부는 후임들에게 SNS로 이예람 중사의 아픈 과거를 퍼뜨립니다.
"이예람 중사는 이상한 사람이야. 아무나 고소하려고 한다니깐. 걔 그리고 성추행도 당했었던 거 알아?"
이미 이예람에 대한 험담이 돌았던 곳에선 그녀의 편은 없었습니다.
"중사가 그런 기본도 몰라?!"
"너(이예람 중사) 성추행때문에 받은 휴가에 대해서도 제대로 보고해야지? 휴가기간동안 어디 들렸는지 자세히 보고해!"
"난 니(이예람 중사)가 왜 여깄는지 다 안다."

<출처 : 중앙일보>
남자친구에게 자신의 포부와 꿈을 밝히며 다시 일어서려던 이예람 중사는 새로 발령받은 곳에서 왕따 취급, 부당한 대우를 받게되자 결국 삶을 비관하고 5월 21일 자살을 하게됩니다.
그녀의 자살로 공군은 발칵 뒤집어지고 즉각 그녀에게 부당하게 했던 모든 부조리를 파헤쳤을까요? 아닙니다! 오히려 사건을 은폐시키려 급급해요. 공군은 국방부에 제대로된 사실파악 없이 "잘 모르겠다"는 보고서를 올립니다. 하지만 이는 얼마 못가 이예람 중사의 사촌의 호소글로 큰 전환을 맞게됩니다.

<출처 : 뉴스원>
지지부진한 군사경찰의 대응을 쭉 지켜봤음에도 이예람 중사의 아버지는 "딸은 군을 사랑했고 죽어서도 군인이었기에 군의 주도하에 사건의 진상이 투명하게 밝혀지기 바란다."라며 군사경찰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어요.

현재 4개월이 지나도 여전히 지지부진하자 이예람 중사의 아버지는 "내 딸 이예람을 괴롭힌 사람들에 대한 진상규명이 밝혀지지 않았다"며 특검을 요구하고있습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 사건을 다뤄야할지 답답한 마음이지만, 부디 고 이예람 중사를 괴롭힌 정황이 밝혀지길 바랄 뿐 입니다. 2차 가해를 했던 경위와 전말이 꼭 밝혀지기를 소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