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인은 고등학교때 알게 된 제 소중한 친구에요.
지금이야 귀인의 능력을 200% 믿지만
귀인의 능력을 처음 알았을때는 솔직히 받아들이기 많이 힘들었죠.
등장 인물 : 남인,귀인,광인(이상 친구들 별명), 그리고 나
2008년 9월, 그땐 제 생일이 얼마 남지 않았던 시기라 정확히 기억합니다.
저희 친구들 중 남인빼고 귀인,광인,나는 대학진학말고 취업이 목표였죠.
귀인과 광인은 졸업후 ~를 할것이다에 뚜렷한 계획이 있었던 반면
저는 딱히 목표가 없었습니다.
'아 나는 진짜 별 능력이 없구나'라고 느낀게 3~4월 쯤이였던 거 같아요.
매사에 열심이던 귀인과 광인과 달리 저는 매일 빈둥빈둥거리고
몸도 무지 뿔기까지 해서 비참했어요. 한심하기 그지 없었죠.
당연히 고졸밖에 못한 전 남들보다 취업이 배로 어려웠고,
뭣보다 대학다니는 친구들이 너무 부러웠습니다.
사촌언니는 맨날 답답하고 꿍해있던 제가 추해보였는지,
"야 니 친구뒀다 뭐하냐? "

※번외-사촌언니를 만난 귀인
잠깐 딴길로 샐게요.
우리 사촌언니도 귀인의 절대적인 신봉자가 됐습니다.
사연인즉
옛날에 사촌언니가 오래 만난 남자친구가있는데,
그 남자가 집안사정도 않좋고, 가진것도 없고, 직업도 없었다고 해요.
맨날 헤어진다고 울고했는데, 뭐 헤어지지도못하고 보는 제가 답답해서 귀인을 소개해줬죠.
그때 귀인이 사촌언니랑 어색하게 인사나누고 건낸 첫마디가
"헤어지지마세요. 뱃속에 아가는 어쩔려구요."
염.병..
순간 제 몸은 얼어붙었고, 언니는 어느새 귀인옆에 찰싹 붙어
"어머,어머 더 더 말해"보라고 보챘습니다.
귀인은 계속해서 말했죠.
"헤어질 운명도 아니라서 조물주가 선수쳤네요. 둘이 같이있어야돼요."
그니깐 조물주는 아기를 선물하는 존재인데,
헤어지면 안되니깐 언니한테 임신을 시킨거래나 뭐래나?
그이후 그 남자친구는 제 형부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자식이 둘로 늘었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죠.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가서
사촌언니는 귀인 만나서 고민상담하라며 달달 볶았습니다.
사실 저도 귀인에게 제 속마음 안보여줬던 건 아니었죠.
근데 제 푸념을 듣던 귀인이 대꾸조차 안했어요.
제가 취업은 언제쯤될까 물어보면 "기다려"
차라리 재수해서 대학갈까? 말걸면 "기다려"
기다리라는 말만하니 답답했습니다.

귀인을 만나 기다리란 얘기만 들었다 털어놓으니 사촌언니가 툭 내뱉었어요.
"그럼 무당한테나 가보던가"
사촌언니가 무심결에 흘린 말이 제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점집을 어디로 갈까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인터넷도 검색하고, 소문도 듣고, 어찌어찌해서 찾아간곳이
죽는 날짜와시간도 맞춘다는 용~한 무당이었어요.
근데 막 20살된 여자애가 혼자 점집을 간다는건
너무나 두려웠고 광인을 꼬셔 데리고 갔습니다.
점집에 들어갔더니, 밖에서 접수보는 아주머니도 따로있고
역시 유명한덴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엉덩이가 빠지근해지는 30분이란 기다림끝에
무당님이 계신 방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점집 한번씩 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곳엔 향냄새로 가득했습니다.
절에서 나는 향냄새와는 차원이 다른 아득함마저 베여있었어요.
TV에서 접했던 인상사나운(눈 쫙째지고 빨간루즈 쳐바른) 무당은 온데간데 없고
동네에서 흔히 볼 법하고, "온화" 그 자체인 무당님이 앞에 계셨습니다.
방금까지 겁에 질렸던 제가 우스웠고
빳빳했던 목에 힘을 빼는 여유까지 생겼습니다.
하필이면 그때 광인 핸드폰벨이 울려 광인은 밖으로 나갔는데
저는 깜짝 놀라고 말았어요.
그 착해보였던 무당아줌마 눈이 날카로워져
광인이 나가는 동선을 따라가고 있는걸 봤거든요.

무당아줌마의 시선이 제게 꽂혔고
얼떨결에 저는 그 무당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다시금 제 몸은 긴장하기 시작했고
무당님은 저를 뚫어져라 쳐다봤습니다.
얼마간의 정적을 깬 건 통화를 마치고 온 광인이었어요.
무당 - " 방금 전화한 애 누구냐? "
광인 - " 친구요"
무당 - " 친구 누구"
광인 - " 그냥 친군데..... "
무당 - " 신기하네..."
나 - 저...이제 점좀 볼수있을까요?
무당 - 니가 볼려고?
나 - 네
무당 - 너는 안돼
나 - 왜안돼요?
무당 - 넌 들추면 안돼는 상이야
나 - 예?
무당 - 그냥 기다려.
기다려 기다려 기다려 기다려 기다려..
귀인과 똑같은 말은 하는 무당아줌마..
무당 - "것보다, 너 방금 전화왔던 친구 좀 지금 오라해봐."
저는 그때까지도 눈치를 못채고 광인에게 물었습니다.
나 - "야 니 누구랑 전화했는데???"
광인 - " 귀 인.."
저랑 남인처럼 광인은 귀인의 능력을 열렬히 믿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지 눈으로 확인한 귀인의 능력을 부정하지도 않던 친구였습니다.
광인의 별명에서 알 수 있듯이 광인은 평소 겁이 없는 친구인데
그날만큼은 살짝 긴장한 표정이 보였습니다.
'어떻게 귀인의 정체를 알았을까?' 광인과 저는 신기해하며
귀인을 불러냈고 한 시간 정도 흐른 뒤, 귀인이 나타났습니다.
저는 귀인이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재빨리 말했어요.
"XX아..미안해!!"
귀인은 특유의 시크함으로 괜찮다는 말은 개뿔
절 쌩까고 슝 무당님이 계신 곳으로 들어갔습니다.

저랑 광인은 귀인의 왼쪽 오른쪽에 앉았고
귀인은 무당아줌마를 정면으로 마주본 채 앉았습니다.
무당아줌마는 온화하고 착해보였던 모습은 사라지고
귀인을 잡아먹을듯한 표정으로 마주하고 있었어요.
더 무서운건 한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무당아줌마에게
고작 20살밖에 안됀 귀인은 전혀 뒤지는 기색이 없었어요.
한참의 침묵을 깬 건 귀인이었음.
귀인 - " 내림 받은지 얼마 안됐네요? "
인사 참 살벌하게 건네는구나 생각하려는 찰나, 무당님은 묘한 표정으로
무당 - " 역시 신기해, 당돌해 "
라고 받아쳤습니다.
애초에 무당 얘기에 홀려 여기에 오는게 아니었는데 덜컥 후회가 됐습니다.
덩달아 무당 얘기를 던진 사촌누나까지 원망스러웠어요.
잠시 말이 없던 무당님이 다시 혼자말 하듯 뱉었습니다.
무당 - 어린놈의 기지배가 신기하다..신기해...
귀인 - 그말 말구요. 얘 사주풀었어요? (얘는 "저"입니다.)
무당 - 니가 더 잘알면서 그걸 묻냐?
둘이 나를 가지고 알수없는 말을 하는 것에 대해
많이 답답하고 궁금했지만!!
당장이라도 왜왜왜??하고 질문하고싶었지만
지나친 호기심은 화를 부르기에 저는 그냥 꾹참고 가만히 있었어요.

그렇게 한참동안 영양가없는 얘기만 오고가다가
귀인 - 근데요 아줌마, 용하다면서 무당맞아요?
무당 - 뭐?
귀인 - 아니, 신을 모시려면 제대로 모셔야지. 지금 여기 왜이렇게 잡귀가 많아요?
뭐..이런... 염.병..
여러분 혹시 그 얘기 아세요?
기가 너무 쌘 사람은 점집에 함부로가면 안돼는 것 말이에요.
왜냐하면 점집에있는 무당보다 기가 쌘 사람이
점집에 잘못가면 무당이 모시는 신이 쌘 사람한테 갈아탄다고 합니다.
반대로
기가 너무 약한 사람이 점집에 가면 잡귀가 갈아탄다고 해요.
잡귀가 갈아타면, 병명없이 아프고 일상생활을 할수없다고 합니다.

그래서였을까요? 그 말을듣고있는데 마치 짠것처럼 갑자기
광인이 머리가 너무 어지럽다고 방을 빙빙도는 거였습니다.
무당아줌마는 밖에계시던 보조아줌마를 부르면서
광인을 데리고 나가라했고 보조아줌마의 도움으로 광인은 이곳에서 나갔습니다.
그리고 무당아줌마가 나한테 오만상을 지으며 소리쳤어요.
"넌 무슨 저렇게 기가 빠진 애를 데리고왔어!"
그리고 무당아줌마는 본격적으로 귀인에게 말을 했습니다.
"너도 남의 사주나 보고 길운이나 터줘야 하는데 어쩔거냐? "
귀인은 그말에 골똘히 생각하더니,
"내 일은 내가 알아서할께요."
라고 답하더군요.
무당아줌마는 나보고 자꾸 나가라고 했지만,
난 귀인에게 '여기서 더 있고 싶다'는 표정을 보냈고
귀인은 금방갈꺼니깐 냅두라고 해서 계속 둘의 대화를 지켜봤습니다.
귀인 - 지금 나 내림받으라고 불렀어요?
무당 - 나도 원래 남의 사주 파보는 사람 아니었어, 근데 어쩌겠냐? 우리들 팔자라는게..
아줌마는 말을 더 이어가려했는데 귀인이 무당의 말을 자르며 답했습니다.
귀인 - 근데요, 제 걱정말고, 신당걱정좀 하셔야겠네요.
액운떼러 오는사람들 다 씌고가겠네.
그리고 아줌마 죽은 아들있죠?
무당 - 뭐?
귀인 - 자기아들이 잡귀로 떠도는데, 그거부터나 어떻게 해줘요.
울렁거려 죽겠네 진짜.
귀인이 마지막으로 던진 말에
무당아줌마는 갑자기 봇물터지듯 엉엉 우시는겁니다.
우리 아들 어디있냐면서... 우리 아들 정말 보이냐면서.......

사실,
무당아줌마가 귀인을 부른 진짜 이유는 죽은 아들의
존재를 확인해보고싶어서였다고 합니다.
아들은 일년전에 사고로 죽었는데
아들이 죽자, 갑자기 몸이 이리저리아프고 그니깐 흔히 말하는 무병이 왔다고했어요.
무당아줌마 고모님이 무당이었는데
고모님을 통해, 살기위해 어쩔수없이 내림이 받았다고 하더군요..
내림을 받고 얼마 안돼서 자꾸 아들이 왔다간거같고
알수없는 기분이 들었는데,
아무리 용한 무당이어도
계시를 전해주거나 액운을막고 길조를 터주는 일은 해도
하늘에서받은 능력아니면 직접적으로 영가를 보는건 할수없다고 말했어요.
근데 우리의 귀인은 하늘에서 받은 능력자라면서
나랑 광인이 처음 방에 들어설때부터
어설피 기운을 느꼈는데
우리한테 귀인의 기가 조금 있었다고해요.
그렇게 긴가민가하다가
잠시 후 광인의 핸드폰으로 느껴지는 전파에 귀인의 기를 확실히 느낀 것이구요.
계속 무섭게만 봤던 무당아줌마가
아들이 보고싶어서 우는걸보니깐, 우리엄마가 너무 보고싶어졌습니다.
귀인은 아줌마에게
"아드님 여기있으니, 아줌마 방식대로 편한대로 보내주세요"
라고 말씀드렸고 아줌마는 계속 고맙다고 하셨어요.
그렇게 무섭던 무당아줌마의 눈은 귀인에게 무한한 존경의 눈빛으로 바꼈습니다.
그리고 귀인에게 자기가 도와줄 일 생기면 언제든 꼭 오라고하셨어요.
그곳을 나와 택시 잡을때까지 저는 귀인에게 말을 못 붙였습니다.
내가 귀인에 대해서 몰랐던건 아닌데 무당보다 쌔다니..
그리고 시간이 지나 귀인이 나한테 먼저 말해주더군요.
당시 저한테는 아홉수라는게 껴있었다면서요.
그게 뭔 말이고 하니,
해가 바껴서 20살이 된사람은 20살 생일이 지나기전까진 18세죠.
20살 생일이 지나야 만으로 19세가 되는데
저는 앞전에 말했듯 생일이 9월이었습니다.
내가 무당을 찾아간게 9월 생일전이었구요.
그렇다고 아홉수에 꼈다고 무조건 나쁜건 아닌데,
저는는 아홉수에 가족중 한사람이 삼재까지 껴서
암튼 그냥 2008년은 버리는 년이고 망하기로 되있던 팔자였다하네요..
참고로, 귀인은
방송에서 귀신 보는거때문에 출연제의도 들어왔었더랬죠.
근데 귀인은 숨기지도 않지만 과시하지도 않아서 거절했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귀인을 만난거에 너무나도 감사하고있어요.
